King Gnu 보컬이 짚은 팬덤의 역설
10월 2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도망쳐요 아가씨(逃げろお嬢さん)'에서 전직 아이돌 마이코(배우 후카가와 마이)를 일편단심으로 따르는 청년 코타를 연기한 킹누(King Gnu) 보컬 이구치 사토루가, 자신이 평소 서 있는 자리와 정반대인 '추앙하는 쪽'의 시선을 연기하면서 느낀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 역할을 두고 "화면 너머의 정보만으로 그 사람의 무엇을 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다시 던졌는데, 이는 단순한 영화 홍보성 인터뷰를 넘어 '추앙받는 당사자'가 스스로 팬덤 구조의 거리감을 공개적으로 짚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밴드의 보컬로서 늘 '추앙받는 쪽'에 서 있던 그가, 연기를 통해 '추앙하는 쪽'의 입장을 체험하고 그 경험을 공개 발언으로 내놓은 순서 자체가 이례적이다. SNS가 일상이 된 시대에 추앙하는 쪽과 추앙받는 쪽의 거리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구조로 바뀌었고, 그 거리감을 먼저 말로 꺼낸 쪽이 늘 추앙받아온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보통 이런 화제는 추앙하는 쪽, 즉 팬이나 평단의 언어로 소비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이 자기 경험을 근거로 거리감의 실체를 짚었다는 점에서 발언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영화에서 이구치가 맡은 코타는 "요즘 보기 드물게 순박하고 순수한 청년"으로, 추앙의 대상인 마이코를 신격화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믿으려 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구치는 이 지점에서 코타와 자신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평소 "본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코타처럼 순수하게 믿어주는 팬을 보면 "이렇게 생각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고 전했다. 이는 추앙받는 입장에 선 사람이 오히려 '추앙하는 쪽'의 순수함을 동경한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실제로 이구치는 몇 년 전 킹누의 곡을 듣고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경험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추앙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영향력임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반면 이구치 자신은 "이 작품이 좋다", "이 곡이 좋다"는 감정은 있어도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그는 "화면 너머의 정보만으로 그 사람의 무엇을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들었다. 추앙받는 쪽이 추앙하는 행위 자체에 거리를 두는 발언은, 오시 문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은 지금 시점에서 보기 드문 솔직함이다.
왜 지금인가
'오시(推し)'라는 말이 일상어로 완전히 정착하면서, 추앙하는 쪽과 추앙받는 쪽의 거리는 과거보다 훨씬 선명하게 드러나는 구조로 바뀌었다. SNS가 등장하기 전에는 팬과 스타 사이의 접점이 공식 매체나 팬레터 정도로 한정됐지만, 지금은 실시간 게시물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마치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느껴지는 '준사회적 관계'가 일상적으로 형성된다. 이구치가 던진 "화면 너머의 정보만으로 그 사람의 무엇을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바로 이 준사회적 친밀감이 과잉 생산되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스스로 음악과 연기를 겸하며 '밴드가 잘될수록 감각이 죽어갈까 봐 무섭다'는 이유로 연기를 병행해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그 긴장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타 본인이 추앙 구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여유를 갖게 된 변화와, 추앙하는 팬의 순수함을 동경하게 된 심리가 같은 시기에 겹쳐 나타난 셈이다. 추앙 경제가 성숙할수록 그 반대편 당사자들이 거리감과 피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이는 팬덤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이 참고할 만한 신호다.
다음에 볼 것
영화 '도망쳐요 아가씨'는 10월 2일부터 일본에서 상영 중이며, 이토 치히로 감독과 이구치의 세 번째 협업작이라는 점도 함께 짚어볼 만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전작 '극장'을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주최한 송년회에서 시작됐고, 이번 촬영지가 이구치의 고향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익숙한 동네였다는 점도 그가 "본가에도 들렀다"고 말할 만큼 편안하게 촬영에 임하는 데 영향을 줬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구치가 이번 인터뷰에서 밝힌 '거리를 둔 추앙관'이 그의 다음 행보, 특히 음악과 연기를 겸하는 커리어 전반에서 어떻게 이어질지다. 그는 이미 밴드 활동이 안정될수록 감각이 무뎌질까 두려워 연기를 병행해왔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순수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변화가 다음 작품에서도 유지될지 지켜볼 만하다. 또한 추앙받는 당사자가 직접 거리감을 언급하는 발언이 늘어나는 흐름이 앞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개 발언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것이 팬덤 마케팅과 콘텐츠 기획 방식에 어떤 변화를 요구할지도 함께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음악과 연기를 오가는 그의 행보가 앞으로도 '추앙하는 쪽'의 자리를 체험하는 작품을 더 선택하게 될지, 혹은 이번처럼 거리감을 되짚는 발언을 다시 내놓을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