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스키마×아르텍, 패션이 가구를 입다
도쿄 아사쿠사의 가죽 슈즈 브랜드 엔더스키마(HENDER SCHEME)가 핀란드 인테리어 브랜드 아르텍(ARTEK)과 손잡고,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스툴의 다리에 가죽 신발을 신겼다. 10월 10일 글로벌 동시 발매된 이번 협업은 단순한 브랜드 로고 교환이 아니라, 가구라는 고정된 사물에 '신는다'는 패션의 동사를 이식한 사건이다. 스툴 60의 L자형 다리마다 손바느질로 지은 베지터블 태닌 가죽 슈즈를 끼우고, 좌판과 테이블 상판에도 같은 가죽을 씌워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짙어지는 패티나를 유도했다. 가구 업계가 좀처럼 다루지 않던 '착용'과 '마모'의 미학을 들여온 지점에서, 이 협업은 패션과 인테리어 두 산업의 경계가 실제로 얼마나 얇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신발 브랜드가 가구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협업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번 발매는 단순한 리미티드 드롭 이상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두 브랜드 모두 로고 하나 붙이는 방식의 협업을 택하지 않고, 각자의 시그니처 소재와 제작 공정을 상대의 영역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는 점에서 '피처링'이 아니라 '설계 교환'에 가까운 작업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협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가구가 '완제품'이 아니라 '착용품'으로 재정의됐다는 점이다. 기존에 아르텍의 스툴 60은 자작나무 합판 다리와 패브릭 좌판으로 완성되는, 변하지 않는 오브제였다. 그런데 이번 협업판은 다리 끝에 신발을 신기듯 가죽 슈즈를 끼우는 방식으로 설계됐고, 이 슈즈는 스툴 60용 3개 세트(1만4300엔)와 4다리형 스툴 E60용 4개 세트(1만8700엔)로 따로도 판매된다. 즉 가구 본체와 '신발'이 분리 유통되는 액세서리 구조를 취했다는 뜻이다. 이는 신발이 낡으면 밑창만 갈아 신는 소비자의 습관을 가구에 그대로 옮긴 것으로, 가구를 한 번 사면 끝나는 내구재가 아니라 부분 교체가 가능한 지속형 제품으로 바꾸는 시도다. 조명에서도 비슷한 전환이 있었다. 원래 황동으로 제작되던 펜던트 A330의 셰이드를 웨트폼 기법과 3D 프린팅으로 성형한 가죽으로 재해석한 특별모델(27만5000엔)을 내놓으며, 소재를 금속에서 가죽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같은 형태가 전혀 다른 질감의 제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가죽과 자작나무는 서로 다른 속도로 패티나가 올라오도록 설계돼, 사용자가 쓰는 환경과 방식에 따라 매 순간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는 점도 기존 양산 가구에는 없던 변화다.
왜 지금인가
이 협업이 놓인 시점은 패션과 인테리어 업계가 공통으로 '빨리 소비되고 버려지는 디자인'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때다. 엔더스키마는 애초에 가죽이 시간이 지나며 상처와 얼룩까지 개성으로 끌어안는다는 철학으로 슈즈를 만들어 온 브랜드이고, 아르텍 역시 알바 알토와 아이노 알토 부부가 설계한 원형을 수십 년째 거의 그대로 생산하며 '오래 쓰는 가구'를 정체성으로 삼아온 회사다. 두 브랜드가 내세운 '완성된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사용자 손에 들어간 뒤에도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공동 선언은, 빠른 트렌드 소비에 지친 소비자층을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 엔더스키마가 표방해 온 '뉴크래프트'라는 개념, 즉 전통 수작업과 3D 프린팅 같은 현대 기술을 동시에 쓰는 방식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통 공예만 고집하면 가격과 생산량에서 한계가 오고, 기술만 앞세우면 수제의 설득력이 사라지는데, 이 협업은 그 중간 지점을 가죽 셰이드라는 구체적 결과물로 보여준다. 또한 아르텍 헬싱키·아르텍 도쿄 같은 양사의 플래그십 매장과 일부 셀렉트숍에만 수량 한정으로 공급하는 유통 방식도, 대량 생산 가구 시장과 거리를 두고 희소성으로 가치를 지키려는 최근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공통된 전략과 일치한다.
다음에 볼 것
가격대를 보면 스툴 60이 8만300엔, 테이블 90C가 17만3800엔으로 책정돼 있어, 완제품 가구에 가죽 액세서리 비용이 더해진 구조라는 점이 드러난다. 여기에 더해 직영점인 스키마와 아르텍 도쿄에서만 살 수 있는 테이블 90C 커피 버전(17만3800엔)처럼 매장 한정판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슈즈만 따로 사서 기존에 쓰던 스툴 60이나 스툴 E60에 끼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계는, 이미 아르텍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를 추가 구매로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액세서리 확장 전략이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먼저 가죽 슈즈나 셰이드 같은 '탈부착형 가죽 파츠'가 스툴 60과 펜던트 A330 외에 아르텍의 다른 스테디셀러 라인, 이를테면 체어 66이나 다른 사이즈의 테이블로 확장될지 여부다. 두 번째는 이런 패션과 가구의 협업이 일회성 리미티드 드롭으로 끝나지 않고, 정기적인 시즌 컬렉션으로 자리 잡을지다. 만약 후속 시리즈가 나온다면, 가구를 신발처럼 커스터마이즈하고 수선해 쓰는 소비 방식이 하이엔드 인테리어 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굳어지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국내외 일부 셀렉트숍에서도 수량 한정으로 들어온다고 밝힌 만큼, 정식 발매처와 재입고 여부를 함께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