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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6 min read·2026.09.29

리포스트법 맞선 파리 테크노 퍼레이드의 경고

단속법 통과 석 달 만에 거리로 나온 레이브 신

JIWOOTRENDFEED DESK

단속법 통과 석 달 만에 거리로 나온 레이브 신

프랑스 파리에서 해마다 가을이면 열리는 테크노 퍼레이드가 올해로 26회째를 맞았다. 지난 9월 19일, 대형 사운드시스템을 실은 트럭 여러 대와 검은 옷으로 맞춰 입은 레이버 수만 명이 파리의 오래된 대로를 가득 메운 채 행진했다. 1998년 베를린의 전설적인 러브 퍼레이드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이 행사는 그동안 전자음악을 기념하고 도심에 무료 공연을 선사하는 축제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행사가 열리기 불과 몇 달 전 프랑스 정부가 자유파티와 레이브를 단속 대상으로 삼아 조직자에게 거액의 벌금은 물론 실형까지 부과할 수 있는 이른바 '리포스트법'을 통과시켰고, 그 여파로 올해 퍼레이드는 순수한 축제가 아니라 시위에 가까운 풍경으로 채워졌다. 특히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파가 행진하며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장면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20년 넘게 이어진 음악 축제가 순식간에 정치적 저항의 무대로 바뀐 이 장면은, 유럽 전자음악 신이 지금 어떤 국면에 놓여 있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유럽 나이트라이프 산업 전체가 새로운 규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무엇이 달라졌나

과거의 테크노 퍼레이드가 순수하게 음악과 자유를 기념하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손팻말이 행렬 곳곳을 채웠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Répression: on monte le son. Moins de balles de keufs, plus de décibels en teuf(억압, 우리는 볼륨을 높인다. 경찰의 총알은 줄이고 파티의 데시벨은 늘려라)"라는 문구는 리포스트법이 자유파티 현장에서 벌어진 공권력 충돌을 겨냥한 항의였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이탈리아 반파시즘 구호 "Siamo tutti antifascisti(우리는 모두 반파시스트다)"를 "Sono tutti antifascisti"로 살짝 바꿔 이탈리아어로 소리를 뜻하는 단어를 끼워 넣었다. 음악 문화 자체를 저항의 언어로 바꿔낸 재치였다. 주목할 점은 이 퍼레이드가 애초에 파리시가 공인한 합법 행사라는 사실이다. 리포스트법이 실제로 겨냥하는 것은 허가받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자유파티지만, 올해는 합법 행사 참가자들조차 그 법의 그늘 아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하며 거리로 나섰다. 축제와 단속 대상 사이의 경계가 참가자들의 인식 속에서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왜 지금인가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리포스트법은 자유파티와 레이브를 겨냥해 조직자에게 극단적인 벌금과 구금형까지 물릴 수 있게 한 법으로, 올해 퍼레이드를 불과 몇 달 앞두고 통과됐다. 테크노 퍼레이드는 원래 전자음악을 기념하고 프랑스의 또 다른 전통인 '음악 축제의 날(페트 드 라 뮈지크)'처럼 도심에 무료 음악을 선사하려는 취지로 1998년 만들어졌다. 그 뿌리가 베를린 러브 퍼레이드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러브 퍼레이드는 한때 유럽 전자음악 신을 대표하는 축제였지만 2010년 군중 압사 사고로 비극적인 막을 내렸고, 이후 유럽 각국은 대규모 레이브 문화를 안전과 질서의 문제로 다뤄왔다. 파리의 퍼레이드는 그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이번에는 안전이 아니라 법적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유럽 전역에서 언더그라운드 파티 신이 되살아나는 동시에 각국 정부의 단속 강도도 함께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프랑스가 가장 강경한 법적 수단을 꺼내 든 사례로 이번 사건을 읽을 수 있다. 합법 축제 조직자들까지 위기감을 느끼고 거리로 나선 것은, 단속의 칼날이 언더그라운드와 제도권 행사 사이 경계를 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 전체의 불안을 반영한다. 이 흐름은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 전역의 나이트라이프 산업이 규제와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공통 과제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명확하다. 우선 리포스트법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는지가 관건이다. 벌금과 실형이라는 조항이 문서 위의 위협에 그칠지, 아니면 실제 자유파티 조직자를 겨냥한 기소로 이어질지에 따라 프랑스 전자음악 신의 향방이 갈린다. 만약 법 집행이 본격화된다면 파티 조직자와 음향장비 대여업체, 장소 섭외 업체까지 이어지는 관련 산업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번 퍼레이드처럼 조직된 저항과 여론의 반발이 계속된다면, 법 개정이나 적용 범위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프랑스 음악 업계 단체를 중심으로 커질 수 있다. 내년 27회 테크노 퍼레이드가 어떤 규모와 톤으로 열리는지도 지표가 될 것이다. 올해처럼 항의의 색채가 짙어질지, 아니면 법적 리스크를 의식해 행사 자체가 위축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더 넓게 보면 이번 사건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각국이 팬데믹 이후 되살아난 언더그라운드 파티 문화를 어떻게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거나 반대로 억누를지 고민하는 가운데, 파리의 사례는 다른 나라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단순하다. 음악을 즐길 자유와 공공질서를 지킬 책임 사이에서 프랑스가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그 답을 다음 퍼레이드가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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