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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5 min read·2026.10.06

마고 테넌바움 메이크업 뒤의 K뷰티 신호

셀럽 룩 뒤, 신뢰는 스킨케어가 결정했다

JIWOOTRENDFEED DESK

셀럽 룩 뒤, 신뢰는 스킨케어가 결정했다

바르셀로나 기반 독립 브랜드 Paloma Wool이 2026년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열린 파리 패션위크 2027 봄·여름 시즌, 68개 런웨이쇼가 펼쳐진 그 한복판에서 쇼를 열었다. 2014년 Paloma Lanna가 설립해 로컬 생산과 지속가능성을 원칙으로 삼아온 이 브랜드는 연매출 약 1,900만 달러 규모의 독립 하우스지만, Lily-Rose Depp·Bella Hadid 같은 셀러브리티가 즐겨 입으면서 이번 시즌 주목도가 컸다. 쇼의 메이크업은 영화 '로얄 테넌바움'의 컬트 캐릭터 마고 테넌바움을 오마주했는데, 오프닝 사운드트랙으로 깔린 인디팝 아티스트 Brat Star의 동명 곡 'Margot Tenenbaum'에서 출발한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 쇼에서 정작 눈에 띄는 대목은 캐릭터 콘셉트 자체가 아니라, 그 메이크업의 베이스를 완성한 재료였다. 헤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Karin Westerlund는 글로시한 피부 표현을 위해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Abib의 제품을 전면에 썼고, 이 선택은 단순한 브랜드 홍보를 넘어 지금 K-뷰티가 글로벌 패션 신에서 서 있는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SS27 쇼의 메이크업은 겉보기엔 팝컬처 레퍼런스에 가깝다. 모델들의 아이 메이크업은 대담한 컬러 포인트를 주면서도, 컬렉션의 파스텔 팔레트와 맞물려 스카이 블루 아이섀도우로 포인트를 줬다. Westerlund는 이를 "수평선 끝에서 반사되는 하늘색이 컬렉션의 수평선 모티프와 맞물린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캐릭터 오마주를 단순한 코스튬이 아니라 컬렉션 전체의 색채 언어로 확장한 작업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캐릭터나 색감이 아니라 베이스 메이크업에서 일어났다. Westerlund는 "좋은 메이크업은 언제나 좋은 피부에서 시작되고, 좋은 피부의 핵심은 좋은 스킨 프렙과 스킨케어"라고 말하며 Abib의 딥 하이드레이팅 제품을 스킨 프렙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패션위크 막바지, 몇 주간 이동과 연속 피팅·쇼로 피부가 손상되고 건조해지고 민감해진 모델들에게 이 제품이 실질적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과거라면 백스테이지 스킨케어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기존 글로벌 뷰티 대기업의 영역이었던 자리에, 2016년 설립된 비교적 젊은 한국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이번 사례의 핵심이다. 캐릭터 오마주라는 가벼운 화제 뒤에, 실제로는 K-뷰티 제품이 패션위크 전문가의 실무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더 단단한 사실이 숨어 있는 셈이다.

왜 지금인가

K-뷰티가 스킨케어 트렌드로 소비자 시장을 흔든 지는 오래지만, 그 흐름이 백스테이지 공식 파트너 자리까지 올라온 것은 별개의 단계다. 소비자 매대에서 잘 팔리는 것과, 패션 업계 내부에서 전문가가 먼저 선택하는 것은 신뢰의 층위가 다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자기 명성과 쇼의 완성도를 걸고 특정 브랜드를 고른다는 것은, 그 브랜드가 대중적으로 인기 있다는 차원을 넘어 현업에서 검증됐다는 신호로 작동한다. Paloma Wool 자체도 이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로컬 생산과 지속가능성을 원칙으로 삼으면서도 대형 하우스 못지않은 백스테이지 셋업을 꾸릴 수 있다는 사실은, 독립 브랜드도 셀러브리티 착용만큼 백스테이지 디테일에 투자할 여력과 의지가 생겼다는 뜻이고, 이는 패션위크 산업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이기도 하다. 여기에 인디팝 한 곡을 오프닝 사운드트랙으로 쓰는 선곡까지 더해지면, 패션위크가 더는 하우스의 권위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서브컬처적 레퍼런스와 실용적 제품력이 함께 조명받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1위 스킨케어"를 표방해온 Abib 입장에서도, 내수 포지셔닝을 국제 무대의 실무 검증으로 치환할 수 있는 시점이 지금이라는 점에서 타이밍이 맞아떨어진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Abib이 이번 백스테이지 노출을 어떻게 소비자 마케팅으로 전환하느냐다. 2016년 설립된 이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가 "한국 1위" 포지셔닝에서 "파리 패션위크가 검증한 브랜드"로 서사를 확장할 수 있다면, 이는 K-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 시 반복 가능한 레퍼런스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Paloma Wool과 Karin Westerlund 양쪽의 다음 행보다. Westerlund는 David Sims·Juergen Teller 같은 포토그래퍼, Saint Laurent·Acne Studios 같은 브랜드와 2007년부터 협업해 온 만큼, 그가 특정 스킨케어 브랜드를 다음 시즌에도 반복해서 선택하는지가 이번 선택이 일회성 화제였는지 실제 신뢰였는지를 가를 잣대가 된다. 독립 브랜드가 셀러브리티 착용만으로 버티던 시절을 지나, 백스테이지 디테일까지 브랜드 스토리의 일부로 다뤄지는 지금, 다음 시즌 쇼에서 어떤 K-뷰티 브랜드가 또 이름을 올릴지가 이 흐름이 일회성 화제인지 구조적 변화인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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